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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칠레 산티아고 해외 현지 체류 이야기들



i was born in korea, south korea. 

now im living in santiago.

 

스페인어로는 자기소개가 어색해서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여행을 계획할 때 남미는 스페인어 외 영어 안통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빈부격차나 소득에 따른 교육수준의

차이가 심해서 그런 것 같고

 

여행지에서는 워낙 영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본인들이 더 불편하니 

알음 알음 여행하는데 필요한 수준으로는 영어가 통하기는 한다. 아예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많이 있고 하지만 일상 생활로 들어가면 당연히

영어를 사용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나라에 스페인어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오면 느끼는 기분이랑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산티아고에 거주하기 까지 당연히 현지인의 도움이 있었고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대학교육을 받고 전문직으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 큰 불편함은 없다. 물론 서로 영어가 원어민 수준은

아니니 버벅임은 있다.

 

생각과 현실의 차이는 항상 존재하지만 가장 큰 부분은 바로 행복과 우울감 같다.

일단 칠레에서 만나고 어울리는 부류들이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중상층 이상의

생활 수준인 사람들이라 경제적인 문제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빈부격차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만 보이고 실제 산티아고는 유럽이나 서울과 비교해도 수준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원하는거 필요한건 모두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다.

 

어딜가나 항상 느끼는 공무원들 치안 문제가 한국인들에게 해외생활의 가장 큰

두려움이라고 하면 이 부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특히 치안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 내가 보기에 아시안들은 범죄가 벌어지면 당연히 1순위 타겟이 되기 좋은게

말이 일단 안통하고 누가봐도 확 틔는 의상에 관광객이라고 명찰이라도 달아 놓은 듯한

외양으로 눈에 띈다. 보다 더 수수하고 색감없는 캐주얼로 다니는게 현명하겠다.

 

남미사람 스페인어권 사람들은 파티와 댄스를 즐겨한다. 거의 만국공통인데 밤새도록

놀고 먹고 마시면서 춤추는건 비단 클럽에서만 벌어지는게 아니라 그저 사람들 삼삼오오

모이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오늘만 사는건가? 싶은 생각도 많이 드는데

확실히 우리보다 미래에 대한 대비도 없고 오늘벌면 오늘 쓴다는 마인드도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얘네들의 자살률이 적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심지어는 중고등학생들도

자살을 꽤 많이 하는거 같고, 성인들도 다르지 않다. 항상 즐겁고 행복하고 파티를 즐기니

우울함이나 비관같은거랑은 차원이 먼 곳이라 막연히 생각했지만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니

그런 문제는 동일하다. 

 

아직 스페인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얘네들은 말하는걸 참 좋아한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대화와 왓츠앱. 단순히 메시지를 보내는 수준이 아니라 녹음기능으로 상대방과

전화하듯이 이야기를 하는게 하나의 특징이다. 우리랑은 좀 많이 다른 모습. 전화도 전화인데

왓츠앱으로 대화를 녹음해서 보내는걸 참 좋아한다. 

 

생일파티를 정말 많이 한다. 우리는 나이가 좀 들면 그냥 지나가거나 연인끼리 혹은

가까운 친구랑 가볍게 술한잔 하는 수준이지만 여기는 생일파티는 하나의 축제다.

 

1명이 생일파티라면 친구들 10여명이 모여서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해주고 가볍게 다과와

술을 즐기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틀고 댄스파티가 시작된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이어지고

필 받으면 삼삼오오 모여 또 클럽으로 가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생일파티는 주최자의 집이거나

혹은 서프라이즈로 다른 친구의 집에서 보낸다. 아사도도 빠질 수 없지만, 아사도 없이 술과 간단한음식

으로 대충 뗴우고 댄스 삼매경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생일파티는 10명이 기본으로 준비를 한다고 하면 그 10명의 연인들이 또 자신의 파트너를 데리고 오면

금새 20명이 된다. 이 20명 중에서도 이 파티에 그냥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또 그냥 데리고 와도

무방하다. 오히려 생일에 많은 사람이 축하를 해주면 좋다고 생각하는지 새로운 사람을 데리고 와도 웰컴이다.

 

아시아인 한국인인 나도 엄청나게 많은 생일파티에 가게 되었는데 지인 한명만 있으면 같이 가면 된다.

선물 이런거 없고, 파티를 하다가 돈을 모아서 술을 더 사거나 뭐 그정도다. 물론 나는 갈 때 작은

선물을 꼭 가지고 갔는데 그런거 안해도 아무 상관 없다.

 

아시아인 한국인이 그 파티에 와서 축하해주는게 진짜 축하다.

그리고 칠레인들 정말 친절하다. 외국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크게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바로

현지인들과 어울리는게 어렵다는건데 칠레는 그런게 없다. 물론 나의 경우와 다른 사람들이 다 똑같을 수 없겠지만

일단 얘들은 영어 못한다고 스페인어 못한다고 배척하고 말 안걸고 눈길도 안주고 하는 그런 일은 없다.

 

물론 대학교에서 조별과제를 할 때의 경우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어쨌든 인종차별이나 의도적인

배척 아시안이라고 해서 받는 차별은 한번도 없었고 그런건 생각도 하기 힘들정도로 친절하고 친절하다.

 

이렇게 일기형식으로 기록을 하는건 내가 생각해도 요즘 마음이 좀 방심한다고 해야 하나

조심성이 조금 없어지면서 너무 익숙해지는거 같아서이다. 새벽에도 우버타고 돌아다니고

거주하는 곳이 위험하지 않은 지역이라 좀 가볍게 산책도 하고 하는데 이러다가 꼭 사건이 벌어지니깐

긴장도 하자는 마음과 사람사는데 다 똑같은데 왜 오기전에는 그토록 두려워 했던지도 좀 의아하고

막상 겪어보면 다 좋은 사람 살만한 곳이다 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그리고 또 갑자기 생각난건데 우리나라의 압축성장 그 고도기와 과도기를 지금 칠레 산티아고가

여실히 보여주는거 같기도 하다. 그러니 나는 미래에서 와있는 기분도 들고 앞으로 여기 경제나

사회 생활모습등등이 어떻게 변할지 대충 머리에 그려지는데 실제로 그렇게 될지 지켜보는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공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1980년대 서울에서 2010년대 서울까지 두루두루 다

가지고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진짜 그렇다. 다음에는 이민자와 서민층이 많이

산다는 조금은 치안이 위험하다는 곳도 다녀와볼 계획이다. 겨울이라 나뭇잎이 없어 앙상하지만

그 거대한 나무들과 공원들 잔디 등등을 보면 내년 1월 2월 날씨가 가장 좋을 때의 산티아고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지 버러부터 기대가 된다.